낙서장2017.12.14 21:58



한파가 몰아치던 아침, 길에 쓰러져있던 노인에게 패딩을 벗어준 중학생 기사를 보았다.


학생들은 “어른들은 왜 안도와주지?”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.


나도 예전에 길 가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노인을 마주친 적이 있다. 내 쪽으로 걸어오다가 바로 쓰러졌는데 나는 불현듯 ‘자해공갈단이 아닌가?’, ‘괜히 부축했다가 퍽치기로 신고당하는거 아닌가?’, ‘본래 지병이 있었는데 나 때문에 사망했다고 소송을 당하게 되는 건 아닌가?’ 하는 등의 생각이 들었다.

쓰러졌지만 의식은 붙어있길래 “할아버지, 괜찮으세요? 119에 신고해 드릴까요?” 라고 물었더니 한사코 거절하였다.

의식이 붙어 있어서 대화만 주고받으면서 가까이 가지는 않고 혹시 모르니 또 다른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.

다행히 5 분쯤 지나니 다른 행인이 다가와서 둘이서 그 할아버지를 부축해서 일으켰더니 다시 잘 걸어갔다.



아이들은 아직 세상 무서운 줄 모르니 쓰러진 할아버지를 도와줬겠지만, 어른이 되어 선행을 베풀었다가 도리어 화를 당한 사람들의 선례를 접하게 되고, 직접적으로 경험도 하게 되면서 본능적으로 “멀리서 그냥 보고있는게 안전하다” 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.

한 가장이 여름철에 계곡에 빠진 어린아이들을 구조하고 사망했지만, 구조된 아이들은 도망가버린 사건도 있고..

철길에서 놀던 아이를 구조하고 자신은 두 다리가 절단되어 불구가 되었지만 목숨을 구한 아이와 그 엄마는 자취를 감춰버린 사건도 있다.

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시골길에서 노인을 태워줬다가 교통사고가 났는데, 그 가족들이 치료비를 물어내라며 소송을 건 사건도 있다. 그 이후로 회사 차량에는 회사사람 이외에는 누구도 탑승해서는 안되며 협력사인 경우에도 각자의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지침이 생겼다.

아직 우리나라는 선행에 대한 위험부담이 너무 큰 나라인 것 같다.

범죄자를 잡다가 범인을 다치게 해도 처벌받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돕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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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블루토파즈