몇 년 전부터 베란다의 타일이 들떠서 마치 나무복도를 지나는 듯 삐그덕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.
계절이 여러번 바뀌며 소리가 점점 심해지더니, 타일 일부가 분리되어 따로 놀기 시작하였고, 들뜸 범위를 확인해 본 결과 약 70% 정도가 들뜬상태였다.
결국 타일을 깨서 보수를 하기로 하고, 백시멘트로 다시 붙이기 위해서 하나씩 떼어보는데.. 깨지고 말았다.
똑같은 타일을 구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, 이참에 타일 DIY 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.
인터넷에서는 타일을 박스단위로만 팔기 때문에, 2박스로는 몇 장이 부족하게 되므로 3박스를 구매하였다.
타일은 박스당 20kg 정도의 무게라, 묶음배송이 되지 않는다.
단단한 에어캡에 쌓인 상태로 배송이 되었다.
패키지를 해체하는데도 시간이 좀 걸릴 정도다. 이 정도면 포장하는 작업도 상당히 손이 많이 갔을 것 같다.
20cm × 20cm 타일을 구매하였으나, 기존 타일이 문제인지 새 타일이 문제인지 크기가 약간 다르다.
다행히 기존 타일의 줄눈 간격이 넓어서, 줄눈을 약간 줄이는 방법을 통해 타일 가공을 최소화하면서 붙일 수 있을 것 같다.
본격적으로 타일을 깨기 시작했다. 집에 적당한 도구가 없어서 스테인레스 환봉과 손도끼, 킥보드 타이어를 장착할 때 썼던 타이어 레버를 이용하였다. (지금은 팔아넘기고 없는 킥보드에 사용하던 것이라 본래 용도로 활용할 일이 더 이상 없었다.)
1시간 이내에 끝날 줄 알았던 작업은 2시간 정도가 소요되어 끝났다.
이 과정에서 먼지가 엄청 날린다. 예전에 만들어 둔 쿨링팬 모음을 이용하여 강제환기 방식으로 먼지를 밖으로 빼냈다.
타일업자들이 덧방시공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.
비산먼지 방지와 타일이 잘 붙도록 하기 위해서 물청소를 실시했다.
타일을 제거한 상태에서는 바닥으로 물이 스며들어서 아래층에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물을 장시간 뿌리고 있으면 안 된다. 과거 타일 물매 불량으로 인해 상습적으로 물이 고였던 부분에는 어김없이 물이 고여있다.
물이 고여있는 모양을 참조해서 시멘트로 돋궈줘야 한다. 과거 욕실 보수를 하고 남은 시멘트를 이용하여 돋궈주었다.
모래와 섞여있는 상태로 판매하는 시멘트는 한 봉지에 2천원 정도이다.
이제 본격적으로 타일을 붙여야 할 시간이다. 타일본드와 헤라, 타일흙손 등을 준비한다.
타일흙손은 톱니가 달린 흙손이다.
타일흙손으로 타일본드를 바르고 난 후, 타일을 차근차근 붙여준다. 이 본드를 칠한 후, 20분 이내에 타일을 붙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.
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, 이러한 타일 본드는 벽 타일을 붙이는 데 사용되고, 물이 묻으면 다시 떨어지게 되며, 굳는데 10일 이상 걸리게 되므로 물기가 있는 바닥에는 사용하면 안되는 것이었다.
압착시멘트나 백시멘트를 이용했어야 하는데.. 이미 작업을 해버려서 하수구 주변만 백시멘트로 마감하기로 했다.
약 3일 정도 방치해서 타일본드가 굳을 때까지 기다렸다.
하지만, 온 집안에 타일본드 냄새가 꽉 차서 숨을 쉬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. 겨울이라 문을 계속 열어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.
결국 쿨링팬 모음을 다시 활용하여, 베란다를 음압병동 원리로 압력을 낮춰 주었더니 집 안에 본드냄새가 사라졌다.
팬 정격전압이 24V 였으나,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 가변전압 공급장치를 활용하여 속도를 적절하게 낮추어 주었다.
유가(하수구 구멍) 주변은 타일을 잘라서 이어 붙어야 한다. 타일커터 등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전문업자처럼 다량의 작업을 할 것이 아니어서 밀워키 무선그라인더와 타일커팅날을 구매하여 타일을 잘랐다.
무선그라인더의 속도를 가장 느리게 해서 작업했는데도, 손쉽게 잘 잘렸다.
타일을 자를 때에는 먼지가 많이 난다. 작업 후 먼지를 털기 위해서 그라인더와 배터리가 호환되는 밀워키 블로워도 같이 구매했다.
블로워는 브러시 방식이 브러시리스 방식에 비해 효율은 나쁘지만 더 저렴하다. 블로워를 자주 쓸 것 같진 않아서 그냥 브러시방식으로 구매했다.
자른 타일을 가지고, 모양을 맞춰보니, 이대로 붙이면 될 것 같다.
물매를 맞추기 위해서 타일을 배치한 상태로 구슬을 굴려보니 하수구 방향으로 잘 굴러갔다.
타일본드는 당근마켓에 나눔해버리고, 백시멘트 20kg을 구매하여 작업을 진행했다.
타일본드로 잘 붙지 않은 부분과, 하수구 주변은 백시멘트로 다시 붙였다.
백시멘트를 죽 정도의 점도로 반죽해서 바닥에 올리고 그 위에 타일을 붙였다. 해머가 없어서 발로 밟아서 적당히 위치를 맞춰주었다. 페트병에 모래를 넣는 방법으로 해머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.
백시멘트의 점도를 죽 정도로 맞춰주면, 시간이 가서 타일과 바닥으로 수분이 흡수되면서 딱딱하게 굳었다. 5분 정도만 지나도 딱딱해져서 위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정도였다. 진작 이걸로 할걸..
철 헤라를 사용해서 백시멘트를 타일 사이사이에 꾹꾹 눌러서 들어가도록 해 주었다.
베란다 타일 작업이 완료되었다. 초보자가 한 것 치고는 양호하게 잘 된 것 같다. 타일을 깼던 날로부터 약 15일이 걸렸는데, 퇴근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. 타일을 깨는 작업 외에는 소음이 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 야간에도 작업을 했다. 벽타일용 타일본드를 사용하는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도, 시간과 노력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. 타일은 인터넷이 싸다고 해도,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박스별 배송료가 붙기 때문에 대규모 타일 대리점이 근처에 있다면 로컬에서 구매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.
로컬에서 구매하는 경우 작업하다 막혔을 때 전화찬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.
★ 비용 정리 :
○ 타일 구매비용 5만
○ 타일본드 1만 + 흙손 6천 원 (벽타일의 경우 구매필요)
○ 백시멘트 2만
○ 무선그라인더 40만 + 블로워 9만 + 타일커팅날 1만
하여 거의 60만원 정도가 소요되었으나, 무선그라인더와 블로워는 과거부터 구매하려고 찜해둔 것이어서 이번 기회에 공짜로 생긴 셈이 되었다. 공구 비용을 제외하면 10만 원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할 수 있다. 처음 이사올때, 인테리어 업자가 베란다 타일 개보수비용을 100만 원 정도로 불렀었는데.. 아마 업자에게 맡겼더라면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이 더 비싼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고, 업자의 일정에 맞춰서 주중에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다.
타일 작업을 직접 해 보니, 손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면 도전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. (DIY 하면 공짜 공구도 득템)
공구를 갖췄으니 앞으로 집에 타일보수를 할 일이 생긴다면 직접 하면서 비용도 절감해야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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